헤이조이스 개발자 워크파티 대담과 못다한 이야기

지난 수요일, 일하는 여자들의 멤버십 커뮤니티, 헤이조이스의 개발자 모임 이벤트에 대담자로 참석하였다.  헤이조이스에서는 매달 한 직군을 정해 워크파티를 진행하는데, 이 달은 개발자 워크파티였다. 
‘개발자가 크면 무엇이 되나요?’ 라는 재미있는 제목으로, 시니어 개발자들의 커리어 경험을 나누고, 개발자들이 커리어 패스를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제였다.
프로그램은 SW아키텍트와 스타트업 기술심사역으로 계시는 두 분의 강연과 토크세션으로 구성되었다.

토크패널로 참석해 한 이야기들,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토크패널로 참석 이유

대담자 후보가 되자, 과연 앞에 설 것인가, 망설이게 하는 목록이 머릿속에서 굉장히 빠르게 정렬되었다. ~_~ 하지만 하나의 이유가 참석하도록 마음을 정하게 했는데, 내 친한 여성 개발자가 해준 말이었다.

“여성 엔지니어가 10년 넘게 현업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결정하고 보니 내 옆에서 같이 대담하실 분이 23년차 개발자.. 두둥. 아니? 15년차인 나에게 너무나 힘이 되는 것이었다!

토크세션 분위기와 후기

헤이조이스 대표이신 이나리님이 모더레이터로, 그리고 23년차 부부장님 개발자와 15년차 개발자인 내가 대담자로, 그리고 100여명의 개발자 / 학생 / 개발에 관심있는 비전공자 / 개발자 채용에 관심 있는 분들이 참석자로, 헤이조이스 아지트가 가득 찼다.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앞에 나온 사람들에게 매우 호의적으로 반응해주셨고, 질문도 적극적으로 해주셨다. 그리고 대표님이 좋은 질문을 주시고, 미처 정리되지 못한 말들도 워낙 잘 정리해주셔서 예상보다 더더욱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나와 같이 토크패널로 참석하신 분과 내가 너무 다른 커리어패스를 그려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세 곳의 대기업을 거쳐, 스타트업 공동창업, 휴식시간을 가진 후, 스타트업 두어곳을 짧게 또 경험하고 지금은 1인 회사 개발자인 동시에 hada.io 팀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분은 23년 동안 금융회사 한 곳에서 계속 개발을 하시며 또한 굳건한 여성 리더로서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시작과 환경, 경험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나와 종종 다른 답변을 하시는 게 이야기 나누는 입장에서 정말 재미있었다. 나도 그 회사에서 시작했다면 비슷한 길을 걷고 같은 생각을 했을까? 잘 모르겠지만 한번 생각해보게도 되었다.

커리어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우리의 대담이 듣는 분들에게도 다양하게 받아들여지고, 각자의 커리어 패스를 그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질문과 대답과 못다한 이야기

나는 대담이라는 것이 처음이었다. 발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흐름에 맞게 끌어갈 수 있다면, 대담은 그때그때 주어진 질문과 짧은 시간 안에서 내 생각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나에겐 어렵게 느껴졌다. 내 머릿속 편집으로 맥락없이 이야기를 전달한 것 같아 걱정도 된다.

기억나는 질문들 몇가지와 내가 한 대답을 적어보고, 사전에 ‘혹시 이런 이야기까지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았지만 못다한 이야기를 추가로 적으려고 한다.

Q : 질문 / A : 했던 답변 / A+ : 지금 더하는 답변

Q. 커리어 안에서 어떤 이유로 이직을 했는가?

A.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로 조직이 싫어질 때이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너무 모범답변 같지만) 저기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가였다. 조직이 좋을 때도 이직한 경우가 있긴 한데, 역시나 이직해서 담당하게 될 일들이 재미있어 보였고 더 많은 도전이 될 것 같았다. 그곳은 개발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모토였고, 좋은 개발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해볼 수 있었다. 그때 한참 이야기가 많이 된 클라우드, DevOps 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A+. 이직이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김민식 PD님의 이야기처럼 어떨 땐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첫 회사에서 기술연구소로 갔는데, 연구소도 돈 벌어오라고 해서 SI와 파견을 경험했다. 다음 회사는 광고기술팀이었는데, 광고는 경험도 못해보고 결제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리고 도전이 될 것 같아 이직한 회사는 역량이상의 일을 맡아 힘들었지만 열심히 했고, 그 당시로서는 좋은 개발 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조인한 스타트업에서 정말 빠르게 개발해야 했는데 결제시스템 개발한 것이 도움이 되었고, 한 회사가 성장하며 문화가 끼치는 영향에 대해 배웠다. 첫 회사에서 만난 분과는 지금도 계속 같이 일하고, 각 회사에서 만난 분들은 지금도 나에게 힘이 된다. 스타트업 경험이 다른 스타트업에서도 도움이 되었고, 지금은 1인 기업을 만들기까지 연결됐다. 그리고 앞으로도 스타트업과 작은 서비스들을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다.
꿈을 안고 그린 커리어 패스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곳에서 배울 게 있다. 그리고 거기서 열심히 하면 나중에 미래와 재밌게 연결이 되기도 한다. 물론 더 재밌게 도전할 곳이 생기면 이직하는 것도, 커리어를 다시 그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Q. 남성이 많은 곳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경험

A. 아이러니 하지만, 여성 개발자가 적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이 집중되고, 그럴 때 내가 잘하고 있다면 좋은 피드백이 오기도 하고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몇년전에는 주로 큰 기업들이 테크분야에 여성이 적은 것과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여성 개발자 채용을 확대했다. 여성에게 기회를 더 준다거나 가산점을 주기도 했다. 요즘 해외에서는 그런 직접적인 것보다는 다양성에 대한 필요가 기본으로 깔려있는 것 같고, 이제는 여성리더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편차가 있지만 과정 중에 있다고 본다. 다만 역효과가 날 수 있고, 동시에 단점일 수 있다. 내가 똑같이, 또는 더 잘했는데도 불구하고 과소평가 받을 수 있다. 다양성을 다들 인식하고 있고, 그 때문에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개발자로서의 위기가 있었나?

A. 거의 매일 위기였지만, 특별히 위기였던 때가 있는데, 아무래도 스타트업에 조인해서 서비스 런칭하기까지 이다. 이미 정해진 날짜가 있는 상태에서 조인했고, 상용에서는 써보지 않은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써보지 않은, 당시 복잡했던 프레임워크를 사용했다. 그러면서 회원관리, 결제시스템, 콘텐츠 딜리버리, 해당 서비스의 메인 기능들을 제때에 제대로 딜리버리해야 한다는 것에 너무 힘들었다. 다른 개발자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가장 위기였을 때가 돌이켜보면 가장 재미있었던 시기이다. 퍼포먼스도 가장 좋았고, 굉장했다고 추억하기도 한다.

Q. 내 개발파트는 나 혼자인데도, 다른 개발파트 사람들이 내 의견을 존중해 듣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까?

A. 이것은 내가 대답하기 어려워하자 토크패널로 같이 자리해주신 분이 대답해주셨다.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약한 자에게 강한 사람들이 있는데, 나의 기술과 역량을 더 키우는 수 밖에 없다는 요지의 말씀을 해주셨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나는 추가로 평소 기록을 잘해두시고, 기회가 되면 공유를 하라는 말씀을 드렸다.

A+. 개발자들은 궁금한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되는지 탐구하면서 쌓인 것들이 결국 학습속도를 높여주는 것 같다. 그게 개발자들의 역량이 되는데, 여기서 기록과 공유까지 하면 베스트이다. 기록과 공유는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내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해야, 안할 때보다 내가 잘 안다고 더 인정받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도 참 못하는 게 기록과 공유 ㅠ.ㅠ (서둘러서 대담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중…)

Q. 비전공자이다. 개발이 필요해서 하는데 개발이 더 재미있다. 주변에 비전공자인데 개발자인 사람이 있는지?

A. 있다. 코드 부트캠프를 통해 배웠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 외에도 많은 온오프 교육이 있다. 내가 어떤 단계인지 알 수 있는 로드맵들도 요즘엔 잘 나와있다. ( 로드맵 보기 ) 이종립님의 비전공 학원출신 SI개발자, 유명스타트업 들어간.ssul 은 나에게도 도전이 된다. 노력도 재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분은 특별한 분이긴 한 것 같다.

A+. 선택에 대한 고민이었을텐데, 개발자를 선택한다면 할 수 있는 방법들만 이야기한 것 같다. 나는 (어느정도 잘하면)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재미있고, 좋아한다면 성과가 더 많이 날 수 밖에 없다. 그건 또 이 길을 더 재밌게 만든다. 그리고 잘못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주기도 하니까 선택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한편 내가 신입이던 2005년에도 비전공자들이 주변에 많았고 잘했다. 더군다나 요즘은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더 다양해진 것 같다. 좋아한다면, 주말에 작은 프로젝트를 더 해보면서 내가 갈 길인지 확인해보면 좋겠다.

정리

앞에 서기에 망설였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나도 많이 부족한데,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지?’ 였다. 쓰면서도 이런 걸 써야 하나 스스로 부끄워하면서 계속 하고 있다. 커리어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런 모임이 있었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서 용기를 내어 쓴다.

내 주변엔 정말 똑똑하고 일잘하고 개발을 너무 좋아하는 개발자들이 많다. 그게 참 복이기도 하지만 독이기도 했다. 업무가 끝나고 없는 시간을 내어 취미로 이것저것 만드는 개발자들을 보면 나는 안좋아하나? 싶기도 하고, 나는 한참 걸려 이해한 걸 한눈에 이해하는 개발자들을 보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았을 때, 내가 만든 서비스가 돌아갈 때, 한참 고생해서 찾은 게 시시한 버그여서 뭐야~ 소리 지르며 웃음이 날 때, 만든 걸 점점 편하게 자동화할 때, 코드가 깔끔하게 정리될 때, 갑자기 생각나서 밤 12시 넘어서 커밋하고 혼자 뿌듯할 때 등등 내가 개발자로서 만족스럽고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 게임처럼 레벨업이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과거보다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되는 시점들이 계속 있겠지만, 너무 당황하지 말라고 미래의 나를 응원하고 싶고, 다른 분들도 응원하고 싶다.

더불어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신 헤이조이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