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Women Techmakers in Seoul 티타임 – 2015년 3월

왜죠?
왜 여자개발자들끼리만 모여야 하나요?

굳이 말하자면 괜히 부끄럽지만 그동안 여성개발자들끼리만 모이는 국내 오프모임에 나간 기억이 없다. ㅠ.ㅠ
그렇다고 여러 다른 개발자 모임에 잘 나가는 것도 아니지만(…), 필요하거나 듣고 싶은 개발자 컨퍼런스, 세미나 등이 딱히 성별을 가리지 않으니깐.
이유를 못 찾았었기 때문이다.
나마저 ‘왜죠?’ …오잉도잉

그런데 그러던 내가 며칠 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빌려, Women Techmakers (WTM) 라는 타이틀로 여성개발자들끼리 모이는 티타임을 가졌다.
운영진으로 소속되어 있는 GDG Seoul 커뮤니티 내의 소모임 형태로 진행했다.
즉 직접 주최하고 직접 쓰는 후기 겸 잡담 호*-_-*호 (aka. 후기가 하나도 없어서 ㅠ)

아니 그래서 왜죠?
왜 이 모임을 가졌는지 티타임 행사 진행 전부터 돌아가보면~~
사실 정말 얼마 안되었다. 한달 전에 문득 다른 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큰 회사에 있을 때는 그래도 여성 개발자분들이 주변에 계셔서 오며가며 보았는데 지금 회사에서는 두 명 뿐이라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여성 개발자들끼리 소규모로 모여서 두런두런 얘기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뒤에 계속 따라오는 질문이 굳이 우리끼리 모여서 뭘 하지? 였다. 다른 분들도 이렇게 모이고 싶어할까? 그리고 온다면 무슨 얘길 나누고 싶어할까? 원하는 게 뭘까?
이래저래 생각하다보니 아고 나 정말 다른 여성 개발자분들 모르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궁금한 상태”라는 이유 그대로, 만나서 얘기해보자라고 티타임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러던 중 블로그 글 하나를 읽게 되었다.
“Coding Like a Girl” ( 번역: 소녀처럼 코딩하기 )

간단히 요약해보면, 여성 개발자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 정말 공감가는 일들을) 주욱 이야기 한다.
여성스럽게 입었더니 개발자로 안보더라는 이야기. 너 디자이너 같아, 회계사 같아.
( 나도 종종 겪은 일인데, 이 말을 들으면 ‘아 오늘은 예쁘게 입었다는 뜻이구나?’ 라고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다가도 음? 하면서 알쏭달쏭한 기분이 든다. 나도 여잔데 여자 개발자처럼 입으려면 어떻게 입어야하지ㅠ.ㅠ? 개발 못한다는 이야기인가? #아냐 #맞아 가로줄무늬 입으면 되는가봉가? )
또는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할 때 드레스를 입었을 때보다 청바지를 입었을 때 더 제대로 된 질문을 받을 수 있었다라던가, 슬라이드 자체 내용보다는 너무 분홍색을 많이 썼어 혹은 말투를 그렇게 하지 말라는 피드백들이 들어왔다고 말한다. 그 외 등등..
이 글에서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면서 한편, 여성들에게는 원하는대로 입고 그 자리에 있으라고 얘기한다. 여성스럽게, 화려하게, 팬시하게… 있고 싶은대로 있으라고. 게이머로서, 프로그래머로서, 그리고 게임디자이너로 있으면서 말이다.
이게 개발자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고 전한다. 여자 개발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가 여자 개발자다우면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작년에 갔던 모컨퍼런스에서 있었던 일인데, 미모의 여성분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기술과 경험에 대한 공유를 하는데 질문이 “직접 개발하신거에요?” 였다. orz
아직은 이쪽에 여성들이 너무 없어서 생기는 일인 것 같다.
그래.. 점점 많아지면 괜찮지 않을까?
기술 분야에 여성들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면 좋겠다.
여성 개발자들끼리 그때까지 이렇게 모이면 좋지 않을까?
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여성 개발자들이 모이는 티타임에 의미를 부여했고, GDG Seoul 운영자분들과 회사 CTO님의 응원과 구글코리아의 후원, 그리고 다른 여성 IT업계분들의 도움으로 모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무슨 대단한 모임 아니고 그냥 티타임. ㅠ.ㅠ (일년만에 글 쓰다보니 소심 ㅠ.ㅠ)
하지만 정말 즐거웠어서 계속 쓰자. (엉엉 이 글은 망했어)

행사 소개
타이틀은 Women Techmakers in Seoul 티타임
때는 2015년 3월 19일 목요일 저녁
장소는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 살롱
구글코리아의 후한 후원으로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모임을 가질 수 있었다.

신청받기
구글 Docs 로 신청을 받았다. 서른 분 정도 모시고 얘기 나누려고 했는데 첫 날 예상인원을 넘겼다. 1년 정도 커뮤니티 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료 정기모임을 진행 하다보니 신청자의 70% 정도가 참석하면 굉장히 좋은 참석률이란 것을 알았다. 그렇게 참석자는 25여명 정도 되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성별을 확인하는 폼이 있었는데 남성분의 입력이 딱 하나 있었다. 팀원을 보낸다며 잘 챙겨달라는 한 팀장님의 메시지였다. 🙂

순서
Google 권순선님의 킥오프 멘션을 시작으로 다음 순서로 진행되었다.

1. 오프닝: 모임 소개/취지
2. 여성 개발자가 모여야 하는 이유 (이해민님, Google Product Manager)
3. 티타임
4. 라이트닝 토크

WTM?
Women Techmakers (WTM) 은 기술 분야의 여성들을 위한 Google 의 글로벌 프로그램이자 브랜드이다.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관점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거나 더 나은 상품들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데, Tech 분야에는 여성 수가 남성의 수에 비해 월등히 적다. 그래서 Google 에서는 Diversity 지원 프로그램이나 환경들을 만들면서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술 분야의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나 필요한 리소스들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Code School 과 파트너십으로 3개월 바우처도 지원했다. WTM 은 기술 분야 여성들의 인식을 제고시키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이 분야에 들어오게 영향을 주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권순선님의 WTM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서로서로 구실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자주 모이라는 권유는 정말 좋았다. 🙂
이후에 위에 내가 정리한 것처럼 티타임을 갖게 된 이유를 아주 조리없게 설명하고(??) 이해민님의 강연을 들었다.

함께 감상한 “Like a girl” 영상

여성 개발자가 모여야 하는 이유
이해민님의 여성개발자가 모여야 하는 이유에 대한 강연은 정말 와닿았다. 작년에는 WTM 모임을 200여명 정도 규모로 하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폼으로 받았었는데 회자되었던 것 중 하나가 육아 고민이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일년이 지난 우리는 아직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육아로 휴직 후에 복직을 하였을 때, 나는 능력이 이~만큼인데 그보다 못한 일을 받을 것 같다는 고민들과 함께.. 내년이면 달라질까? 이번 모임에 육아를 하시는 개발자분들은 한두분밖에 안계셨지만, 미혼의 여성 개발자들도 다들 한번씩은 하는 고민일꺼다. 이 문제를 우리는 해결할 수 있을까? 이것은 여성만이 해야하는 고민이 아니다. 남성들도, 사회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사회 전반의 문제이고 톱니바퀴 돌아가듯이 함께 개선이 되어가야 한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러면 우린 왜 모여야할까?
함께 공감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끄덕끄덕)
내가 정리한 포인트는 그렇다. 🙂 적지만 그만큼 서로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가야한다고.
더불어 후학이란 단어를 언급하시면서 본인을 롤모델로 삼는 사람을 5명 만들라고 권고하셨는데.. ㅠ.ㅠ 뜻은 깊은데 굉장히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단 한명이라도 누군가에게 크고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그럴 정도로 각자의 목표를 세우고 바르게 걸어가라는 말로 이-_-해;

티타임
그리고 그룹을 둘로 나누어 한시간 정도 티타임을 가졌다.
이름 / 하고 있는 일(파트,언어) / 출몰지 / 요즘 가장 시간을 들이는 일 /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일 / 하고 싶은 말
종이에 각자 내용을 적고, 돌아가며 얘기한 후에 자유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하고 있는 일 얘기 나누는데 어찌나 찌릿찌릿하던지… GDG Meetup 후 네트워크로 뒷풀이를 할때면 어떤 일 하냐고 얘기 나누는 게 거의 남성분들이었기 때문에 그런지, 이 시간 여성 개발자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가 맡은 일을 얘기할 때 혼자만의 감동이 있었다.
자유 주제가 걱정이 되어서 분위기메이커 개발자도 섭외하고 나름 노력이 있었는데 마지막엔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회사에서 즐거운 점이나 어려운 점에 대한 얘기나, 참여하는 다른 커뮤니티 소개, 항상 일하는 상태여야 하니 개발환경이나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좋은 얘기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만나보고 싶었단 얘기가 가장 많았다.
얘기에 폭 빠져서 다음 진행을 못할 뻔 했다.

라이트닝 토크
시간이 모자라서 한 분밖에 얘기를 못했는데 PyLadies Seoul 소개였다. 그리고 여성개발자가 모여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이렇게 내렸다며 얘기해주셨다.
“여자들끼리 모이면 어때서~ ;-)”
웃음이 나오면서도 공감이 갔다.

앞으로

앞으로 우린 어떤 모습으로 만날까 고민하는 것을 공유했었는데, 이렇게 티타임도 좋고, 스터디를 하고 싶단 얘기가 많았다. 그리고 한 개발자분께 재밌고 유익하게 들었던 주제가 있었는데 부탁드렸더니 해주신다 해서 조만간 또 한번 모일 것 같다. 🙂

주변에서도 여성 개발자들이 얼마 없다보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길 많이 해주신다.
아직은 작지만, 이렇게 모이다보면 개발자 되고 싶단 여성분들이 많아지거나 그만두는 분들이 적어지면서 사람들도 늘어나지 않을까? 또한 다양한 활동들로, 단순히 숫자만이 아니라, 우리의 지식과 경험도 높이면서 여성 개발자들에 대한 인식이 서로 간에 자연스러워지면 좋겠다.

10 Replies to “후기: Women Techmakers in Seoul 티타임 – 2015년 3월”

  1. 저도 꼭 참석하고 싶은 모임이네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참석하고 싶어요.

    1. 고맙습니다~ 이번엔 작게 모였는데 더 많은 분들이 모이실 수 있도록 해야겠네요. ^^
      GDG 서울 그룹에 참여하시면 Meetup 소식을 받으실 수 있어요.
      다음에 오셔서 꼭 봬요.

  2. GDG같은 커뮤니티에 참여한적이없어서, 많이 궁금하네요.
    처음에 많이 어색하지않나요?

    1.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ㅠ.ㅠ
      저 같은 경우는 낯을 가리는터라 처음이 마냥 편하진 않아요. ^^; 그런데 지금은 계속 나오다보니 서로 얼굴도 익히고 좀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GDG 서울은 행사 규모가 처음보다 많이 커진데다가 세션 위주라, 서로 얘기하는 시간은 많이 줄어서 어색함이 있기가 어렵고요. (???) ㅎㅎ 그래서 운영자들이 네트워킹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은 아니지만 미트업 후에는 뒷풀이로 주변 치킨집 같은 곳에 가서 수다 떨기도 합니다.
      한번 오세요~~ ^^ 혹시라도 제 얼굴을 아시고 찾아와주신다면 같이 얘기 나눠요~ ^^!!

  3. 소리야!!! 이런데 숨어있었어!!!ㅋㅋㅋㅋㅋ

    소프트웨어 장인 이란 책 뒷 표지 서평에 니 이름 있길래 혹시 하고 찾아봤더니 @.@
    이제 서평도 남기고…많이 컸구나…자랑스러워…ㅠㅠ (왜??)

    레진 잘 보고 있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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